한겨레 신문 의뢰로 제가 직접 작성하고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 입니다.

 

우리말과 한의학,

기가 막히다

편 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472423.html

 

 

 

 

 

남녀의 생각 차이를 풍자하는 최근의 유머 프로그램

대사 중 "참으로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쵸?"

하는 말이 있다.

'기가 믹힌다'의 기(氣)를 비슷한 발음인

귀(耳)로 바꾸고, 여기에 코까지 갖다 붙인

일종의 언어유희다.

 

'기가 막히다'에서의 기(氣)는

"기가 차다", "기가 허하다",

"기력이 약하다", "기가 세다" 등

통상적인 우리말에서도 자주 쓰인다.

한의학에선 음양(陰陽)과 함께

가장 기본이 되는 용어이면서,

굉장히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된다.

 

기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이자

살아 있는 기운을 뜻한다.

영어로 가장 근접한 표현이

'Energy'(정력, 활기)이다.

기는 음양 중에 양에 해당되며,

음을 의미하는 혈(血)과 더불어

기혈(氣血)이란 말을 음양처럼

함께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서 혈은 기에 대비되는

물질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말이다.

 

우리 몸의 양쪽 가슴 정중앙에는

기가 모이는 전중혈이라는 혈자리가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거나 답답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이구 기가 막혀"하면서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건

이를 자극하기 위해서이다.

기가 막히면 기를 뚫어야 한다.

'통즉불통 불통즉통'이라고 했다.

"통하면 아프지 않을 것이고,

통하지 않으면 아플 것이다"라는 뜻인데,

기의 흐름이 통증을 포함해

우리 신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말이다.

경락학에 근거한 침치료도

이러한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다.

 

전중혈 외에 기의 흐름에서 중요한 혈자리는

하복부에 있는 혈자리들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기해혈과 단전혈(관원혈)은

기를 생기게 하는 근원이 된다고 했다.

관원혈은 배꼽 아래에서 3촌

(본인 손에서 엄지를 제외한 2지~5지 4횡지만큼이

본인 몸에서 3촌이 되는 길이다)

정중앙에 있으며, 기해혈은 배꼽과 관원혈의

중간인 배꼽 아래 1촌 반 되는 곳에 위치한 혈이다.

예부터 단전호흡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를 강화하기 위해 이 혈자리들을 비롯해

본인에게 맞는 혈자리에 뜸치료를 장기간 받으면 아주 좋다.

(<동의보감>에는 100장 뜬다고 했다.)

 

이밖에 '기의 흐름을 조절한다'는 네 관문인 사관혈은

손 부위의 합곡혈 좌우 2혈과

발 부위의 태충혈 좌우 2혈을 합한

네 혈자리를 일컫는다.

합곡혈은 첫째 손가락과 둘째 손가락이 갈라지는

뼈 중간 부위에 있으며,

태충혈은 첫째 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이 갈라지는

뼈 중간 부위에 있다.

소화가 안될 때나, 기의 흐름이 좋지 못할 때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압하면 도움이 된다.

 

기는 가만히 있으면 막히고 맺힌다.

그래서 예부터 선조들은 흐르는 물이 썩지 않으며,

문지방이 좀먹지 않는 것처럼

지나치게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일을 하거나

움직이라고 했다.

기공체조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전국에 있는 보건소 중에서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을 하는

한의약건강증진 허브(Hub)보건소에서는

기공체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기공체조를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Posted by 이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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