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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06 [한방 칼럼]우리말과 한의학 '허파에 바람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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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의학]“허파에 바람 들다”



[한겨레]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 속 기관지에서 7㎝ 침이 발견됐다. 도대체 이처럼 길고 날카로운 침이 어떤 경로로 기관지까지 들어갔을까? 이 사건이 처음에 알려졌을 때 한의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폐의 기흉 없이 어떻게 침이 기관지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의아해했다.

한의사들은 정규교육 과정을 통해 침을 놓을 때 유의해야 할 해부학 구조나 의료사고 가능성 등을 철저히 교육받는다. 특히 기흉에 대해선 더욱 엄격히 주의하고 있다. 침이 기관지에 침투한 경로를 놓고 몇 가지 한의학적인 가설들이 나왔지만 납득할 만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한의사협회가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의료시술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의뢰해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술자와 침의 정확한 침투 경로는 추후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어 늑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이때 흉강 안으로 공기가 유입만 되고 배출이 되지 않으면 양쪽 폐와 심장 사이 공간과 심장이 한쪽으로 쏠려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기침이 주 증상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허파에 바람이 들다”는 말이 있다. 실없이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웃어대는 사람, 또는 마음이 들떠 있어 미덥지 못한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데, 의학적으로 봤을 때 바로 이 ‘기흉’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허파는 호흡을 담당하는 중요 장기로 폐와 같은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폐주피모’(肺主皮毛)라 해서, ‘폐가 피부와 털을 주관한다’고 본다. 또한 호흡을 담당하는 코의 건강을 책임지기도 한다. 아토피나 여드름 등 피부 관련 증상이 자주 나타나거나 비염, 축농증 같은 증상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폐가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다. 호흡기나 순환기 계통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평소에 폐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보리, 양고기, 살구, 염교 등이 폐 질환에 좋다고 적고 있다. 또한 폐 질환에 걸렸을 때는 찬 음식을 먹거나 옷을 차게 입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쓴맛은 기를 잘 내려가게 한다고 했다. 사삼(더덕)과 길경(도라지)은 폐의 기운을 보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기장쌀로 지은 밥과 더불어 반찬으로 먹으면 좋다. 오미자차는 신맛으로 폐 기운을 거둬들이므로 도움이 된다.

이밖에 복숭아, 자두, 배, 우유, 달걀 흰자, 현미, 땅콩, 들깨, 고구마, 콩, 미역, 다시마, 김, 무, 연근, 버섯, 당근, 고사리, 밤, 잣, 호두, 마, 은행, 매실 등이 폐 기능을 보호해 주는 음식이다.

폐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니코틴, 타르 등 유해성분이 다량 함유된 담배는 말 그대로 ‘허파에 안 좋은 바람을 들이는’ 대표적인 건강의 적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주변의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한의원에서 금연침을 맞는 등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창열/ 인의한의원(부평점) 원장·청년한의사회 학술국장




Posted by 이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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