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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9.01 을자탕(乙字湯) 처방 뜻과 상품명

 

 

  일본 원남양(原南陽, 하라난요)이 치질, 치핵, 탈항, 항문출혈, 가려움이 흔한 말 타는 무사들을 위해 창방한 처방 이름인데요, 이름이 독특해서 가끔 마곡동 한의원에 처방 뜻을 묻는 환자분들이 계셔서 글을 적어봅니다.

 

 

  을자탕의 을은 요즘 "갑질한다", "을질한다" 할 때 쓰는 한자와 동일한데요, 한자권 문화에서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천간을 나타내는 10개의 글자입니다. 그 글자를 요금으로 치면 가, 나, 다, 라 혹은 A, B, C, D 정도로 순서를 넘버링할 때 대표적인 글자로 차용해서 씁니다. 한자권 문화에서는 마치 한글의 가나다라, 알파벳의 ABCD처럼 언어의 기본으로 보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 한자가 익숙했던 시대의 문서가 관례대로 이어져오는 계약서 같은 서류입니다. MZ세대라면 가, 나 혹은 A, B 라고 표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텐데, 계약서 등의 서류에서는 예전 관습대로 갑, 을이라고 표기하고 보통 분위기상 계약의 우위의 지위에 있는 쪽이 갑, 반대를 을에 기재하는 것이 관습화 되어 있다 보니 갑질, 을질 같은 용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을자탕이라는 처방 뜻은 한자 단어의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이 아닌 원남양이라는 사람의 처방을 갑자탕, 을자탕, 병자탕, 정자탕 등 순서대로 넘버링 한 처방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일차진료에서 자주 보는 질환에 사용하는 처방을 처방1, 처방2, 처방3, 처방4 등으로 넘버링 차팅이나 표기가 편하게 하고 원내에서 약어로 편하게 소통하기 위해 1, 2, 3, 4 등으로 명명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4가지 처방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갑자탕(甲字湯, 어혈치료약), 을자탕(乙字湯, 치질약), 병자탕(丙字湯, 림병치료약), 정자탕(丁字湯, 장벽치료약)입니다.

 

 

  현재 을자탕 베이스로 나온 제약회사의 한약제제 제품명은 다양한데요, 주로 항문질환을 치료한다는 느낌을 주는 이름들로 네이밍 되어 있습니다. 크라시에제약의 을자탕은 을자탕 그대로, 치노과립(한풍제약), 치노정(한풍제약), 치평정(정우신약), 생조환(한국인스팜), 버미큐정(한국신텍스제약), 을치환(아이월드제약)등이 있습니다. 

 

 

  일본은 1874년 메이지유신 이후로 전통의학을 배척하고 서양의학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제도를 수립하였는데요, 어찌 됐던 강제로 의료일원화가 되어있다 보니 역설적으로 양의사들이 한약의 처방권을 가지고 있고 직역분쟁이 생기지 않아 의사들에 의해 많은 처방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메이지유신 당시만 해도 배척당했던 전통의학이 자생적으로 부활하고 양의사들이 "한방약"을 사용하여 일본 특유의 제조문화와 현대식의 제약화가 이루어져 한국 한의학이 첩약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쯔무라제약을 비롯해서 다양한 제약회사에 의해 높은 수준의 한약제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그래서 EBM(근거중심의학) 논문을 비롯한 증례보고 등 연구자료가 아주 많은데요, 한약처방의 과학성과 유효성이 일본의사들에 의해서도 활발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Posted by 이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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