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직 다 못한

예전 한겨레 신문

우리말과 한의학

칼럼 중

소심하다

편을 포스팅하겠습니다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503359.html

 

 

 

 

사상의학에서 성격을 말할 때,

네 가지 체질 가운데 소음인이

소심한 편에 속한다고 본다.

'소심하다'는 말은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음을 의미하며,

말 그대로 심장이 작다는 뜻이다.

반대의 뜻을 가진 말로는 '강심장',

'간이 크다', '대담하다'등이 있다.

 

한의학에서 '심'은 군주지관으로

신명이 나오는 곳이라 하여,

오장육부 가운데 임금의 장기이며

정신적인 부분을 주관한다고 본다.

또 혈맥을 주관하며 오행 가운데

화(火)에 속한다.

이와 같이 한의학에서는 소심한 것도

성격만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다.

 

몇 년 전 <미국심장병학회지>에 실린

한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소심한 남자일수록 심장병 발생률이

높다고 나왔는데 이는

한의학의 관점과 비슷하다.

<동의보감>에는 심장의 크기와

병의 관계에 대해 기술해 놓았는데,

'심장이 작으면 근심으로 병들기 쉽고

심장이 크면 근심해도 병들지 않는다'

고 적혀있다.

 

한의학에서는 소심하고 심장이 벌렁벌렁할

정도의 상황이 병리적으로 반복될 때

'심담허겁'이라  진단한다.

이는 심장의 박동과 혈액 순환 능력에

이상이 있어 심리적으로도 겁을 내는 상황이다.

선천적으로 소심하고 심약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이럴 때는 심장을 돕고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연자육, 백자인, 맥문동 등의

약재를 위주로 처방하게 된다.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심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양생법'이 중요하다.

한의학 최고 경전인 <황재내경> 소문에 보면

'염담허무, 진기종지, 정신내수, 병안종래'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마음을 편안히 하여

기가 스스로 제 갈 길을 따르고,

정과 신이 안으로 지켜지니 병이 어디로부터

들어올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다.

즉 마음을 편아나고 담담하게 하며,

생각을 비우라는 뜻이다.

심장의 양생법은 생각을 줄이고 노심초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가지려 하고 집착하게 되는 마음은

심장을 상하게 하고 또 그 대상을 잃고 나면

분노나 슬픔이 남게 된다.

아울러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한 것처럼 심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면,

소심한 성격을 고치는 데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유산소 운동도 되고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등산도 권한다.

 

한약 가운데 우황청심원은

가정에서 상비약으로도 많이

갖춰놓고 있는 약으로

대표적인 심장약이다.

심의 기운이 부족하고

정신과 마음이 안정되지 못했을 때 쓴다.

중풍에도 많이 쓰이는데

갑자기 풍을 맞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담연이 막혀서 정신이 어렴풋하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과 눈이 삐뚤어지며 손발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는 약이다.

금박으로 싼 이유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우황청심원을 심장병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해

무조건 오남용해서는 곤란하다.

 

Posted by 이창열
,

오래 전 칼럼 입니다.

 

계속 포스팅 하던 우리말과 한의학,

담걸리다

편 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507547.html

 

 

자고 일어나니 목이나 어깨, 등 부위가

뻐근하거나 꼼짝도 못 하게 될때

또는 극심한 통증이 생겨

고개를 돌리는 등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때

'담 걸렸다' 혹은 '담 결리다'라는 말을 쓴다.

 

근육통이나 근막통증증후군의 양상과 비슷하면서도

쿡쿡 쑤시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

혹은 통증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듯한

특징을 가진다.

 

주로 운동 부족 때문에

근육의 힘이 떨어졌거나,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자거나

오래 일하는 경우 나타나는 근육의 긴장이나

염좌 때문에 생긴다.

또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담'의 원인에 대해

외부적인 원인 이외에도

오장육부에서 근본 원인을 찾는데

주로는 위장의 병으로 본다.

 

 

 

 

'담 걸리다'에서 담은 담음(痰飮)의 약자로

한의학에서는 비생리적 체액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때문에 소화기인 위장의 병으로 본다.

'담 걸리다'의 증상에 대한 한의학적인

설명을 보면 <동의보감>에서는

'담음유주증'에서 찾을 수 있다.

 

갑자기 가슴과 등, 팔과 다리, 허리와 샅이

은근히 참을 수 없이 아프다가 연달아

힘줄과 뼈가 켕기며 아프기 때문에 앉거나

눕는 것이 편안하지 않고,

때때로 이 통증이 일정한 곳이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담이 잠복해 있어서

생긴 병이라 했다.

 

 

담음 때문에 생기는 증상으로는 소화기 문제와

어깨, 목, 등의 결림 이외에도

판다곰의 눈 주위와 같은 다크서클이

생기는 것 등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눈두덩과 눈 아래가

재나 그을음 같이 검은 것은

 담증이라고 했다.

담음 때문에 생기는 다크서클은

 소화기를 튼튼히 하고

담음을 치료하면 옅어질 수 있다.

 

자고 일어나서 담이 걸렸을 때 할 수 있는

처치는 따뜻한 찜질이나 목욕으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기본적이며

효과도 좋은 물리치료이다.

 

 

 

담의 근본적인 치료는 비위를 든든하게 하고,

소화기의 습기를 마르게 하는 것이다.

또 체형이 뚱뚱한 비만인들이

담음에 자주 걸리는 편이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인 습담을 제거해서

몸을 가볍게 하고

비만 때문에 늘어진 살들의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

담의 예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담을 없애기 위해 보통 쉽게 구해서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생강이다.

생강은 담을 삭이고

기를 내리며,

냉담을 없애고

위장의 기운을

조화롭게 만든다고 했다.

집에서 좋은 생강을 구해

꿀에 재어 생강차로 만들어

마신다면 담병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모과 또한 담을 삭이고

가래침이 나오는 것을

멎게 하는 약이다.

모과차도 좋고 귤껍질이 원료인

한약재 귤피(진피)차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하다면 한방의료기관을 찾아

침뜸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은데,

대표적으로 쓰이는 혈자리는

중완혈, 고황혈, 족삼리혈 등이다.

 

담은 십병구담
(10가지 병 가운데 9가지는 담 때문이다),

담생백병

(담이 100가지 병을 만든다)

등과 같은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의학에서는 여러 병의 근원으로 본다.

담을 예방하는 것이 곧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자

건강증진의 첫걸음이라는 말이다.

 

 

 

 

Posted by 이창열
,

우리말과 한의학 이라는 주제로

칼럼 의뢰로 계속 작성하던 중

전통적인 우리말에 녹아져 있는 한의학용어가 아닌

현대에 와서 쓰이는 속설(?) 같은

용어도 한번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작성한 "사랑하면 여드름이 생긴다?" 편 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489935.html

 

 

 

여드름은 '사랑의 꽃'이라고도 하고

'청춘의 상징'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사춘기에 나는 여드름은

사랑과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면 여드름이 생긴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마에 여드름이 나고,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면

볼에 여드름이 난다고 하는 등

얼굴 부위에 따라

여러 속설들이 있다.

이런 말들은 의학적인 근거에서

나온 말이라기보다는 이성에 눈떠가는

청소년 시기와 여드름이 많이 나는 때가

겹쳐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한의학에서 보는 여드름은 '폐풍분자'라고 해,

폐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폐는 '폐주피모'라고 해서 피부를 주관한다.

또 여드름을 면열(面熱)이라고 해

얼굴에 열기가 있는 것으로 봤고,

위장의 병이라고 해

소화기관의 장애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다.

소화 장애를 쉽게 일으킬 수 있는

라면 등 밀가루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먹었을 때

얼굴에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나는 것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는 등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식습관이 습열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여드름은 겉을 치료하는

외치법뿐만 아니라

속의 문제인 오장육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한다는 관점에서 본다.

'여드름은 겉이 아니라 속부터 다스려라'

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도

 이런 한의학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침구 치료는 주로 피부를 주관하는 폐경락과

이와 짝을 이루는 대장경락을

 이용해 치료한다.

약물 치료는 얼굴 부위를 비롯한

상초를 청열시켜주고 비위를 비롯한

소화기를 소통시켜 줘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처방을 한다.

외치법으로는 미세다륜침을 많이 사용하는데,

엠티에스(MTS, Microneedle Therapy System)

또는 롤러침(Derma roller)이라고 한다.

또 침과 면포압출기를 이용해

여드름을 직접 압출한다.

아울러 <동의보감>에는

옥용산, 옥용고, 서시옥용산 등을

이용한 세안법이 여드름에 도움이 된다고 나와있다.

 

여드름 관리에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은

뾰루지나 면포들을

함부로 뜯거나 짜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손과 손톱의 위생상 세균 감염의 우려도 있고

잘못 짜면 피지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세안은 하루 2~3번 정도 피지가 잘 빠지도록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하고

충분히 거품을 내어 깨끗하게 씻어낸다.

흔히 유분을 없앤다고 하루 3~4번씩

이중 혹은 삼중 세안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처럼 강하고 잦은 세안은

피부에 과도한 마찰을 일으켜

피지선을 자극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피지 배출이 잘 되도록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각질제거제나 딥클린징 제품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드름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으로는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충분한 수면은 맑고 깨끗한

피부를 만들어주는 보약이다.

술은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상초로 열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 변비와 생리불순이 있으면

여드름이 더욱 악화되기 쉬우므로

이들 질환은 일찍 치료하는 것이 좋다.

Posted by 이창열
,

한겨레 신문에서 칼럼 의뢰가 들어와서 작성하였던

우리말과 한의학 칼럼,

비위가 약하다 편 입니다.






우리말에는 '비위(脾胃)' 라는 한의학의 오장육부에 해당하는

장부를 이용한 관용적인 말들이 많이 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비장과 위장은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표리관계를 이루는 장부다.

오행 중에 토(土)에 해당하며, 우리 인체의 정중앙에서

지나치고 모자란 것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비위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소화를 담당하는 것이다.

비위가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소화시켜 내보내는 것처럼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받아들이고 흘려 내보내는 상태를

예부터 조상들은 '비위'라는 장부를 이용해 표현하곤 했다.

따라서 '비위가 좋다', ''비위가 약하다', '비위가 상했다',

'비위에 거슬리다' 라는 말에는 직접적인 음식에 대한 표현은

물론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비위에 거슬리다'라는 말은 음식이 맞지 않아 

소화기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인데, 역시 감정적으로도

탐탁지 않거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마음과 신체를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보는데 

비장은 생각을 주관한다고 본다. 생각 의식의 상태를 

비위라는 말을 사용해 표현한 건 이 때문이다. 

따라서 비장의 기능이 좋지 못하면 기억과 사고활동의 장애를

초래하게 되고 지나친 생각은 비장의 기운을 

뭉치게 하여 활동 장애를 유발한다.

우리가 평소 생각이 많거나 고민이 많을 때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의학에서도 이를 ' 소화불량의 심인성 형태'라는 

상병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때로는 많은 생각이 병을 만들 수도 있다.

비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평소에 

생각을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


'비위 맞추다'라는 표현은 비장과 위장의 표리관계에서

말의 유래를 살펴볼 수 있다.

한의학에 있어 장부의 표리관계는 서로 반대되는 

역할을 담당하며 상호보완적이고 협력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비위 맞추다'에서 비위의 뜻은 

"어떤 음식물이나 일을 삭여내거나 상대하여 내는 성미"

를 뜻한다.

비장과 위장이 서로 협력하여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이 어떤 일에 있어 서로 협력하여

잘되게 해서 남의 마음에 들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비위가 약해서 입이 짧은 것을 개선하려면 먼저 생리적으로

비위를 건강히 해야 한다.

비위가 약하면 비생리적인 체액인 담음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에 좋지 않다.

생강차를 잘 만들어 차로 마시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중완혈을 비롯한 주요혈자리에 뜸치료를 

장기간 받는 것도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다.


정치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한 것처럼 

비위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소통이 중요하다.

건강한 비위가 모든 음식물을 가리지 않고 잘 소화시크는 것처럼

비위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소통이 중요하다.

건강한 비위가 모든 음식물을 가리지 않고 잘 소화시키는 것처럼

비위에 거슬리는 말들도 잘 듣고 넘겨야 비위가 좋아진다.

감정적으로도 더 넓은 포용력을 갖도록 노력해보자.

상대가 내 비위를 맞추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상대의 비위를 맞추어 주자.

비위가 소통되고 우리 사회도 소통의 시대가 되길 기원한다.

Posted by 이창열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463352.html

 

2011년 2월14일 한겨레 신문에

 제가 직접 작성한 칼럼 입니다.

 

조금 오래 지났지만 아직도 페이지뷰가 있고

늘상 궁금해 하는 주제라

블로그에도 업로드 합니다 ^^

 

 

 

한때 '간 큰 남자'라는 유머가 유행하는 때가 있었다.

부부관계에서 남편이 아내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는 겁 없는(?)

남자를 '간 큰 남자'라고 풍자했다.

집안일을 돕지 않거나 가사분담을 하지 않는

남자 역시 '간 큰 남자'라 칭한다.

하지만 원래 '간 큰 남자'는 "겁이 없고, 배포가 크다"

는 의미로 쓰였다.

예부터 조상들은 용감하고 대범한 경우

오장육부 중에서 간이라는 장기를 이용해 표현해왔다.

부정적 의미인 '만용'이나 '객기'를 "간이 부었다"거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과장해 표현하기도 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간은 장군지관이라고해서

장군이나 영웅에 비유된다.

즉, 간이 용기와 결단력을 주관한다고 본다.

비슷한 말로 '대담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쓰인 '담'(쓸개)은 간과 짝이 되는 장부다.

'담'에서 결단이 나온다고 본 것이다.

사리에 맞지 않고 줏대 없이 행동하는 이에게

'쓸개 빠진 놈'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결단을 주관하는 담의 특성 때문이다.

 

간과 담은 오행 중에서 나무의 기운을 가진다.

봄날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활력과 힘을 만들어주는 구실과 추진력을 의미한다.

경락학적으로는 엄지발가락-생식기-간으로 흐르는

족궐음간경이 튼튼한 사람이 용기와 결단력이 있고

시원시원하며 두둑한 배짱을 지녔다.

군가를 부르면서 옆구리에 손을 얹고 부른다던지,

싸우거나 공격적인 태세를 할 때 옆구리에

손을 얹는 것은 이 족궐음간경과 표리관계에 있으며,

옆구리 쪽을 흘러 지나가는 족소양담경의

에너지가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하나의 장부를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전신의 기와 조직, 세포는 물론 정신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능동적 활동을 포괄하는 계통적 체계로 본다.

한의학에서 간은 몸의 모든 근육이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인 혈을 만들고 정신활동의 요소인 혼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간기가 부족하면 조그만 일에도 두려워하고 겁내게 되고,

간기가 충만하면 두려움이 없으며,

담기가 좋으면 주눅 들지않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공포영화를 볼 때 죽은 줄 알았던 살인마가

다시 벌떡 일어나는 순간이나 어두운 골목길 구석에서

검은 고양이가 튀어나오면 간담이 서늘함을 느낀다.

'간이 크다'와는 반대로 이렇게 크게 놀라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흔히 '간이 콩알만해졌다',

'간 떨어질 뻔했다'는 표현을 쓴다.

<황제내경>에서는 간에 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는데

간이 떨어질 뻔했다는 것은 혼이 나가고

정신이 나갈 정도로 많이 놀랐다는 말이다.

또한 놀라거나 무서움을 당하면 담이 상한다고 보는데,

얼굴이 퍼렇고 희게 되는 것은

담이 무서움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을 내서 기가 거슬러 올라가

내려오지 않으면 간을 손상시킨다고 했다.

꽁하고 쩨쩨한 마음, 분노의 감정은 간을 상하게 한다.

새해에는 장군과 같은 결단력으로 일을 추진하는 동시에

느긋하게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라본다.

Posted by 이창열
,
우리말과 한의학

 

'밥이 보약이다'

 

한겨례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499074.html

 

 

 

 

 

 

경제 및 생활 수준의 향상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 고령화사회가 됐다. 최근 통계청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으로 이른바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누구나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물론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먹거리’이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 가운데 ‘약식동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으며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말이다. 사실 음식이 곧 약이며 생로병사의 모든 근원은 음식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약재들을 보면 도라지(길경), 콩(백편두), 율무(의이인) 등 우리들이 먹는 음식에서 온 것들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이와 관련해 ‘식치’(食治), ‘식료’(食療)라는 개념이 있는데, 음식물을 알맞게 조절해 병을 치료하는 것을 뜻한다. 음식물의 다양한 성미와 작용에 따라 각 장부에 작용해 치료 효과를 얻는 식이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음식이나 약을 보는 관점은 요즘의 영양학적 관점과는 차이가 있는데 ‘기미론’(氣味論)에 따라 열(熱) 온(溫) 평(平) 냉(冷) 한(寒)을 구분하고 산(酸) 고(苦) 감(甘) 신(辛) 함(鹹)으로 나눈다. 그리고 ‘귀경’(歸經), 즉 어느 부위에 작용하는가를 구분해 치료에 응용한다.

또한 서양의학과 다르게 발달한 것이 ‘보약’이라는 개념이다. 보약의 기능은 몸 안에 들어온 나쁜 기운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을 키워 몸에 들어온 나쁜 기운과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몸 안의 방어력이 튼튼하다면 몸 밖의 환경이 아무리 거칠고 나쁜 기운이 침범하더라도 이겨낼 힘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즉 자신의 체질에 맞게 섭생한다면 그것이 곧 약이다.

음식은 성질이 순하고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아서 오래 먹어도 몸에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 견줘 약은 짧은 기간에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사용하므로 오래 먹는 경우에는 몸에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 하겠다. 평소 건강증진의 목적으로 음식을 알맞게 골고루 섭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며 만약 어떤 질병이 있어 몸의 건강 상태가 깨어진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각종 보양식, 홍삼, 비타민, 식이섬유, 오메가3 등 건강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각종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의 반증이라 하겠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제공이나 과대광고 때문에 이런 식품이 약과 같은 효능을 낼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건강기능식품의 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은 전문적인 약과 달리 접근이 쉬운 위험성을 안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무엇이든 과해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

이창열 인의한의원 부평점 원장·청년한의사회 학술국장

 

 

 

 

 

 

Posted by 이창열
,


​​
[우리말과 한의학]“허파에 바람 들다”



[한겨레]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 속 기관지에서 7㎝ 침이 발견됐다. 도대체 이처럼 길고 날카로운 침이 어떤 경로로 기관지까지 들어갔을까? 이 사건이 처음에 알려졌을 때 한의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폐의 기흉 없이 어떻게 침이 기관지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의아해했다.

한의사들은 정규교육 과정을 통해 침을 놓을 때 유의해야 할 해부학 구조나 의료사고 가능성 등을 철저히 교육받는다. 특히 기흉에 대해선 더욱 엄격히 주의하고 있다. 침이 기관지에 침투한 경로를 놓고 몇 가지 한의학적인 가설들이 나왔지만 납득할 만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한의사협회가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의료시술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의뢰해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술자와 침의 정확한 침투 경로는 추후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어 늑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이때 흉강 안으로 공기가 유입만 되고 배출이 되지 않으면 양쪽 폐와 심장 사이 공간과 심장이 한쪽으로 쏠려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기침이 주 증상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허파에 바람이 들다”는 말이 있다. 실없이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웃어대는 사람, 또는 마음이 들떠 있어 미덥지 못한 사람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데, 의학적으로 봤을 때 바로 이 ‘기흉’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허파는 호흡을 담당하는 중요 장기로 폐와 같은 말이다. 한의학에서는 ‘폐주피모’(肺主皮毛)라 해서, ‘폐가 피부와 털을 주관한다’고 본다. 또한 호흡을 담당하는 코의 건강을 책임지기도 한다. 아토피나 여드름 등 피부 관련 증상이 자주 나타나거나 비염, 축농증 같은 증상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폐가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다. 호흡기나 순환기 계통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평소에 폐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보리, 양고기, 살구, 염교 등이 폐 질환에 좋다고 적고 있다. 또한 폐 질환에 걸렸을 때는 찬 음식을 먹거나 옷을 차게 입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쓴맛은 기를 잘 내려가게 한다고 했다. 사삼(더덕)과 길경(도라지)은 폐의 기운을 보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기장쌀로 지은 밥과 더불어 반찬으로 먹으면 좋다. 오미자차는 신맛으로 폐 기운을 거둬들이므로 도움이 된다.

이밖에 복숭아, 자두, 배, 우유, 달걀 흰자, 현미, 땅콩, 들깨, 고구마, 콩, 미역, 다시마, 김, 무, 연근, 버섯, 당근, 고사리, 밤, 잣, 호두, 마, 은행, 매실 등이 폐 기능을 보호해 주는 음식이다.

폐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니코틴, 타르 등 유해성분이 다량 함유된 담배는 말 그대로 ‘허파에 안 좋은 바람을 들이는’ 대표적인 건강의 적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담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주변의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한의원에서 금연침을 맞는 등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창열/ 인의한의원(부평점) 원장·청년한의사회 학술국장




Posted by 이창열
,